[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김태업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은 지난해 1월 19일 서부지법 사태 나흘 만에 긴급 발령을 받아 부임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법원은 청사 복구를 마치고 일상을 되찾았다. 관련 피고인 135명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130명은 형이 확정됐다.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은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김 법원장을 만난 데 이어, 사전에 보낸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28일 받았다. 김 법원장은 답변서에서 복구 과정과 재판 현황, 보안 강화 대책,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제안 배경, 그리고 사법 신뢰 회복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김 법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태 나흘 만에 긴급 취임하셨습니다. 1년 9개월을 돌아보시는 소회는.
“서울서부지방법원 1·19 폭동 사건 발생 후 4일차에 인사발령이 난 다음 부임한 법원은 폭도들에 의해 부서지고 깨진 상흔만이 가득하였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민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인 법원마저 파괴의 대상으로 삼고, 나아가 담당 법관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판사실까지 수색한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부서진 법원의 표지를 다시 세우고, 당직실 등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거듭 다가오는 정신적 충격이 컸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 식구들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마음을 다잡고 복구에 힘써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 관련 재판은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2025년 3월 10일 피고인 6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된 이래 2026년 9월 23일 기준 피고인 135명에 대한 선고가 진행되었고, 그중 피고인 130명에 대해서는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형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죄명은 피고인별로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용물건손상 등 다양합니다. 135명의 피고인 중 징역 5년부터 징역 10개월까지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75명,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55명,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3명, 선고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2명입니다.”

김태업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원장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 청사 피해 규모와 복구 상황은.
“후문 입간판, 외벽 타일, 현관 셔터 등이 부서졌고, 당직실 등 내부시설 파손도 컸습니다. 당직실을 새로 정비하고 외벽타일 등 복구비용은 총 11억 7,500여만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고,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주관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구 작업을 통해 재판과 민원 업무는 모두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현재는 일상적인 법원의 모습으로 민원인을 모시고 있습니다.”
— 보안은 어떻게 달라졌고, 직원과 법관 보호 대책은 무엇입니까.
“부서진 현관 셔터 등을 교체하고, 전격적으로 주차관리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또한 통합관제센터를 설치·운영하고, 500만 화소의 CCTV를 설치하여 청사 내·외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상황유형별 대응요령을 개정하여 법원보안관리대의 대규모 소요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고, 대규모 시위대의 청사 난입 등 위급상황을 상정하여 2026년 11월경 경찰과 합동으로 단계별 모의 대응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직원들에 대해 긴급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개인별 맞춤형 심리상담도 진행하였습니다. 1·19 폭동이 궁극적으로 법관을 상대로 한 것이었기에 경찰의 해당 법관에 대한 경호 프로그램이 가동되었고, 이후에도 그러한 위협이 있을 경우 해당 법관이나 직원에 대해 같은 유형의 경호 프로그램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 ‘1·19 폭동 사건 백서’에서 제안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백서는 사건의 발생 경위와 전개 과정, 피해 상황, 법원과 관계기관의 대응 및 이에 대한 분석,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백서에서 제안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만 거주지 제한, 전자장치의 부착, 보증금 납부,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등 일정 조건의 준수·이행을 전제로 그 집행이 유보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백서를 준비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배경에는 현행 구속영장 제도의 발부 또는 기각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도 하나의 계기를 제공하였다고 분석하였기에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를 제언하게 되었고, 현재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재판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폭력은 어떻게 구분돼야 합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채택·실천하는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 대상에서 재판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비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행사되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평무사한 태도로 판단하고, 그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재판에 대한 믿음은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는 법관의 태도에서부터 싹튼다고 하겠습니다. 믿음과 신뢰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의 구성원 모두는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는 공평무사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면서 법원을 찾는 모든 국민에 대해 측은지심을 잊지 않는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할 것이고, 아마도 국민은 이러한 법원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법원은 그 본연의 업무인 재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있고, 우리 서울서부지방법원 또한 법관과 직원들 모두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4층 복도에 ‘서부갤러리’를 설치하여 관내 연고 작가 등의 미술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법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재판이나 관련 업무 처리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언론에 바라는 점은.
“법원은 사회적 관심 사건을 재판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감시와 감독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히 미디어의 다양성으로 언론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지만 바르고 정확한 보도는 유지되어야 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법원과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법관에 대해서도 바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은.
“저는 2027년 2월까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법원장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우리 법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속 법관과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끝으로 국민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법원은 늘 국민 편에 서 있고, 이를 자부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분쟁 중에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고, 이는 법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작금의 상황은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가 얽혀 법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흔들리고 있지만, 법원 구성원 모두는 대립과 분쟁의 현장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고,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질책하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