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탄소배출 측정값이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한 국내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정부는 지난 9월 30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 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은 탄소배출량의 측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인증(Verification)과 관련한 일련의 체계를 의미한다.
최근 저탄소 무역장벽 확대에 따라 수출기업·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대한 탄소배출 MRV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EU의 경우 철강·알루미늄 등의 EU 수출시 내년부터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2027년부터는 배출권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MRV 기반이 미흡할 경우 해외업체 활용에 따른 비용부담, 영업비밀 해외유출 등 국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우선 정부는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 유럽연합과 협상해 국내 배출권거래제 검증결과를 인정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과 국내 배출권 가격을 고려한 감면협약 체결 등도 협상할 계획이다.
국내 탄소발자국 검·인증제도의 국제통용성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현재 기업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분야만 국제상호인정협정이 체결돼 있는데 향후 국내 탄소발자국 검·인증결과도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체결 범위 확대를 추진한다.
양자 차원에서도 국내 탄소발자국 검·인증제도의 해당국 수용성 제고를 위한 아시아·유럽연합(EU) 등 해외 전문기관과의 협력·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국제감축 본격화에 대응해 국내 검증 업체의 국제감축 검증시장 참여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가 간 국제감축 사업 협의 시 국내 배출권거래제 검증기관의 감축실적 검증 수행 근거를 포함하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
탄소배출 측정 등과 관련한 국내 인프라도 강화한다. 정부는 탄소발자국 산정에 필요한 정부 기초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늘리기로 했다. 개별 기업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원유, 금속, 전기 등에 대한 국가 단위 환경정보가 이러한 기초정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다.
탄소발자국 산정 표준도 확충한다. 국내 표준이 없으면 국내기업의 제품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 표준에 따라 탄소발자국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국내 표준은 10개로 스웨덴(128개), 일본(103개), 미국(39개), 유럽(22개) 등 보다 적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 업체가 세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성적표지 인증심사 담당 민간인력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인증 업무를 민간 업체에 개방하는 등 탄소배출 검·인증시장에서 민간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수행하던 온실가스 검증인력 등록·관리·교육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관련 비용과 인력 양성도 지원한다. 중소기업이 비용부담 없이 간편하게 탄소배출량을 측정·검증할 수 있도록 ‘간이 MRV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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